啐啄同時 (줄탁동시)
네 번째는 교학상장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좋은 안주가 있어도 먹지 않으면 그 좋은 맛을 모르며(雖有嘉肴不食不知其旨也), 지극히 좋은 도(道)가 있어도 배우지 않으면 그 좋은 것을 모르는 법이다.(雖有至道不學不知其善也) 따라서 배우고 나서야 자기의 지덕이 모자람을 알게 되는 것이며(是故學然後知不足), 가르치고 나서야 자기가 아직 지덕이 미숙하여 곤고를 겪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敎然後知困) 그리고 자기의 지덕이 모자람을 알고 나서야 능히 스스로 반성하여 면학하게 되고(知不足然後能自反也), 곤고한 것을 알고 나서야 능히 힘쓰게 되는 것이다.(知困然後能自强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도 함께 지덕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故曰敎學相長也) 열명(兌命)에도 이르기를 "가르치는 것은 반은 자기가 배우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兌命曰 斅學半 其此之謂乎) 줄탁동시는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어미닭이 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습니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야 되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합니다. 병아리는 나름대로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서 안에서 알을 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힘이 부칩니다. 이때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만을 귀 기울이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병아리가 뚫고 나오려고 하는 그 부위를 밖에서 살짝 쪼아 줍니다. 알을 완전히 깨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금만 내 줍니다. 그러면 답답한 알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그 금을 이용해서 알을 뚫고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주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이 일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을 「줄탁동시」라고 합니다.
수행자가 내부에서 치열한 자기 수련을 할 때 스승이 밖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선가에서는 이를 ‘줄탁동시’라 합니다. 공부란 이렇게 안과 바깥이 조응해야 합니다. 학생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스승은 학생을 계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스승이 학생을 계발하지 못했다면 자격이 없다고 비웃음을 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책임은 역시 병아리 쪽이 더 큽니다. 병아리는 껍질을 깨뜨리지 않으면 그 속에서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깨어나지 않으면서 스승을 탓하려 하는 것은 ‘멍청한 놈’입니다.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말이 있습니다. ‘줄탁동시’입니다.
알속의 병아리처럼 학생들도 어둠속 세계에서 밝고 넓은 세상으로 나오려고 노력할 때에 시기적절하게 문리를 터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줄탁동시’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네 가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내가 먼저 깨우치려고 해야 한다.」입니다. 먼저 깨우친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입니다. ‘내가 먼저 인사하기, 내가 먼저 달라지기, 내가 먼저 정직하기, 내가 먼저 실행하기, 내가 먼저 벽 허물기, 내가 먼저 돕고 살기, 내가 먼저 손 내밀기, 내가 먼저 연대하기, 무조건 내가 먼저, 속아도 내가 먼저, 말없이 내가 먼저, 끝까지 내가 먼저’입니다. 박노해 시인의 ‘인다라의 구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다라의 구슬을 울리려면 내가 먼저 시작해야합니다.
두 번째는 ‘듣기’입니다. 우리 성현들의 공부 목표는 성인입니다. 성인이란 잘 듣고 책임 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를 잘 듣는 사람만이 남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시의적절」하게 조응해야 합니다. 병아리는 알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데 어미가 밖에서 모른 체 하면서 쪼아주지 않으면 병아리는 지쳐서 질식하여 죽을 것입니다. 어미가 조급해서 세상 밖으로 빨리 나오게 하려고 일찍 알을 쪼아 주면 미숙해서 젖을 빠는 힘이 약하거나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곧 죽을 것입니다.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려고 하는 그 때의 사정이나 어미가 그 때를 알고 그 요구에 아주 알맞게 알을 쪼아 주는 것이 시의적절해야 합니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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