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7일 수요일

참 회 록(懺悔錄)


참 회 록(懺悔錄)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 사년(滿 二十 四年) 일 개월(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맥락 읽기>
1.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나.

2.‘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참회록을 쓰려고 한다.
― 거울을 보고 있다.

3.거울의 상태는 어떠한가 ? ― 파란 녹이 끼어 있다.

4.화자는 거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 ― 지난 삶을 생각함.

5.화자는 지난 삶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욕되다고 생각함. 그래서 참회록을 쓰려함.

6. 화자의 심정을 짐작해 보자. ―괴롭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양심의 가책

7. 그런 심정이 드러난 곳은 ? ―한 줄에 줄이자.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등

8.지금 ‘나’가 쓰려는 참회록의 내용은? ― 2연 2,3행

9.이것으로 ‘나’의 참회는 끝나는가 ? ―아니다.

10.그러면 언제 또 참회록을 쓰는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

11.그때는 어느 때라고 짐작 되는가? ―광복이 되는 날. 욕된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날.

12.‘그 때 그 젊은 나이’는 언제인가? ―2연 2,3행의 참회록을 쓴 때.

13.‘부끄러운 고백’이라 한 이유는?
―젊은 나이에 소극적인 고백만 하고 있었기에.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기에.

14.‘부끄러운 고백’의 참회록을 화자는 쓰고 싶을까? ―아니다.

15.그러지 않기 위해 화자가 하는 행동은? ―거울을 닦는다.

16.4연처럼 거울을 닦으면 1연의 거울의 상태와 어떻게 달라지는가?
―녹을 제거됨. 모습이 제대로 비침.

17.‘녹’의 의미를 좀더 생각해 보자.
― 거울의 구실을 할 수 없음. 돌보지 않은 흔적.
―녹을 닦아내야만 바르게 비추어 볼 수 있음.

18.밤이면 밤마다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거울을 닦는 행위의 의미는?
―자신을 나무라고 반성함. 아픈 자아성찰의 행위.

19.닦여진 거울 속에 나타나는 것은?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습.
―미래의 화자의 모습.

20.‘운석’은 별똥,유성을 말한다면 ‘운석 밑으로’의 의미에 대해 말해보자.
― 별이 비치는 ‘어두운 밤’ : 시대적 상황, 식민치하의 어두운 현실.
―떨어지는 별 : 죽음의 이미지

21.슬픈 사람은 누구를 말할까? ―화자 자신.

22.왜 슬프다고 했을까?
―죽음과 어둠의 세계를 홀로 걸어가야 하기에.

23.닦여진 거울 속에 나타난 미래의 자신의 모양을 화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 기꺼이 받아들임(참회를 통하여).

24.결국 화자는 ‘참회록’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어두운 식민지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냄.

25.실제로 시인은 ‘참회록’을 쓸 만큼 시대와 역사에 ‘부끄러운’ 삶을 살았겠는가?
―아니다. (결백한 양심의 선언, 양심의 결백증)

<생각해보기>
1.윤동주의 ‘서시’, ‘자화상’, 등에 나타난 서정적 자아의 태도와 비교하여 보고, 그의 현실 극복의 방법과 한계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
윤동주의 시에서 주된 정조는 시대 의식에 바탕을 둔 ‘부끄러움’이다. 이런 부끄러움의 원천은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 시키고자하는 자신과의 대화에서 기인한다. 이는 ‘서시’와 ‘참회록’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이러한 자아성찰과 참회를 통하여 부당한 시대의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채찍을 가하여 주어진 길을 선택하도록 한다.
하지만 달리 보면 부끄러움은 열등의식의 표출인 셈이다. 개인의 행동이 열등의식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개인적인 희생에 비중을 둬야한다는 강한 강박 관념에서 자신이 일궈온 기존의 역사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을 뿐더러 열등의식이 더 큰 좌절과 한계에 부딪혔을 경우 또 다른 부끄러움을 고백해야 한다. 혹은 과거로의 도피적인 추억 여행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희생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폭을 공유하거나 넓혀나가는 집단력, 혹은 연대의식이 가미되야 할 것이다.

2.나의 지난 삶을 ‘거울’에 비추어 보고 ‘참회록’을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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